*사이드라벨 (OBI)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01. Radio Nowhere
02. You'll Be Comin' Down
03. Livin' In The Future
04. Your Own Worst Enemy
05. Gypsy Biker
06. Girls In Their Summer Clothes
07. I'll Work For Your Love
08. Magic
09. Last To Die
10. Long Walk Home
11. Devil's Arcade



이 스트리트 밴드(The E Street Band)의 드라이브 넘치는 뛰어난 연주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투박한 보컬이 어우러진 고농축 로큰롤 비뚤어진 현실에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는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보스’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인의 소울’을 음악으로 표현해내고 있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이다. 그가 그려내는 미국인들의 영혼은 전세계를 주무르는 초강대국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일류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소외를 당하고 희망을 잃고 살아가는 블루 칼라와 일반 서민들의 불안한 마음이다. 그는 30년 넘게 활동해오면서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의 정치, 사회문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고 잘못된 문제들을 음악과 행동으로 계속 고발해왔다. 보스처럼 한결같이 미국 내부의 문제를 고발하며 미국인들의 양심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드물다. 음악으로 누구나 꿈꿀 수 있는 이상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눈앞에 직면해있는 현실 문제에 뛰어들어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린다. 지금까지 내놓은 앨범들만 살펴봐도 대번 알 수 있다. ‘정치 진보주의자’임을 커밍아웃한 1975년 3집 음반 [Born To Run]은 희망이 없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미국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타이틀 곡 ‘Born To Run’을 비롯해서, ‘Thunder Road’, ‘Tenth Avenue Freeze-Out’ 등이 대표적이다. 제목에서부터 암울함이 드러나는 1978년 음반 [Darkness On The Edge Of Town]에서는 좌절에 빠진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줬고, 1980년에 발표한 [River]는 그리움과 애증이 교차하지만,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서민들의 애달픈 마음을 강에 비유하며 노래했다. 또한 1982년에 발표한 6집 앨범 [Nebraska]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상징하는 ‘가치의 붕괴’를 보여줬다.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미국 정부를 향한 호통은 1984년 기념비적인 걸작 [Born In The U.S.A.]에서 절정에 달했다. ‘힘에 의한 위대한 미국’을 외치던 레이건 보수정부를 향해 보스는 절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민들의 고통을 대신해서 외쳤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Born In The U.S.A.’, ‘Dancing In The Dark’, ‘Cover Me’, ‘I'm On Fire’ 등의 히트 싱글을 쏘아 올리며 음반은 천 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1993년 클린턴 민주당 정부가 출범하면서 잠시 안정을 취한 보스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전세계를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은 끔찍한 테러 사건 이후 다시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듬해인 2002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인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담아낸 [The Rising]을 발표했다. [Born In the U.S.A.]를 마지막으로 각자의 길을 걸었던 음악 친구들인 이 스트리트 밴드(The E Street Band)와 다시 뭉쳐 만든 로큰롤 음반은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또 지난 2005년에 발표한 열 세 번째 정규 앨범 [Devils & Dust]에서는 이라크 전쟁의 폐해를 지적하며 부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미 그는 음반을 내놓기 1년 전 제44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낙선시키고, 민주당 존 캐리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Vote For Change (변화를 위한 투표)'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흥겨운 아메리칸 로큰롤의 진수를 보여주는 마법같은 새 음반 [Magic] 브루스 스프링스틴 음악의 중심은 아메리칸 로큰롤이다. 좀 더 좁게 말하면 ‘하트랜드 록(Heartland Rock)’이라 할 수 있다. 하트랜드 록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로큰롤 형식 중 하나이다. 노동자들이 일을 마치고 선술집에서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부담없이 즐겨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백인 소울, 리듬앤블루스, 로큰롤 등을 섞인 스타일이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전형적인 ‘미국’ 음악이다. 이번 신보는 오랜만에 지구촌에 울려 퍼질 ‘아메리칸 로큰롤의 재현(再現)’이다. 1990년대 초, 중반 보스의 후계자들이 내뿜은 루츠 록의 울림 이후 이처럼 호쾌하고 시원스런 로큰롤은 없었다. 지난 2002년 이 스트리트 밴드(The E Street Band)와 함께 한 로큰롤 음반 [The Rising] 보다 훨씬 더 화사하다. 밑으로 끝없이 침잠을 했던 2005년 음반 [Devils & Dust], 2006년 피트 시거가 발굴해낸 민요들을 재해석한 열 네 번째 작품 [We Shall Overcome: The Seeger Sessions]의 차분함과는 아예 거리가 멀다. 5년 만에 다시 뭉친 이 스트리트 밴드-색소폰 주자 클라렌스 클레몬스(Clarence Clemons), 보컬리스트 패티 시알파(Patti Scialfa), 키보디스트 로이 비탠(Roy Bittan)과 대니 페더리시(Danny Federici), 드러머 맥스 웨인버그(Max Weinberg), 기타리스트 스티븐 밴 잰트(Steven Van Zandt)와 닐스 로프그렌(Nils Lofgren), 베이시스트 개리 탤런트(Garry Tallent)-와 [The Rising]때부터 같이 작업해온 명 프로듀서 브랜던 오브라이언(Brendan O'Brien)과의 호흡은 이제 최고점에 올라섰다. 오프닝 트랙이자 첫 싱글 ‘Radio Nowhere’가 잘 보여준다. 업 템포로 진행되는 노래는 어느 하나 뒤쳐지지 않는 이 스트리트 밴드의 드라이브감 넘치는 뛰어난 연주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투박한 보컬이 어우러진 고농축 로큰롤이다. 첫 곡을 시작으로 모든 노래들이 계속 귀를 휘감는다. 너무나 잘 들린다. 아메리칸 록 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명반 [Born In The U.S.A.]에 버금갈 정도다. 대부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노래들이다. 컨트리풍 로큰롤 ‘Livin' In The Future', 갈구하는 듯한 보스의 보컬이 매력적인 ‘You'll Be Coming Down’, 세련된 록 넘버 ‘Girls In Their Summer Clothes’ 등 주옥같은 노래들로 꽉 차있다. 노래의 밝기만큼 브루스 스프링스틴 음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랫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큰 테마로 그 안에서 다양한 문제에 접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웃 간의 정(情), 친구와의 우정 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가치들에 중점을 뒀다. 앞에서 언급한 노래들은 물론이고, 지난 7월 30일 세상을 떠난 음악 친구 테리 매고번(Terry Magovern)에게 바치는 포크 발라드 ‘Terry's Song’ 등에서 스프링스틴의 달라진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물론 ‘Your Own Worst Enemy’, ‘Last To Die’, ‘Devil's Arcade’ 등의 노래들은 제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부시 정부에 대해 여전히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일까? 저항의 강도는 예전에 비해 약해 보인다. 올해로 57세인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여전히 자신만의 음악 항로를 올곧게 가고 있다. 힙합과 R&B에 빠져있는 요즘 미국 젊은이들에게 그의 신보 [Magic]은 그다지 매력적인 음반이 아닐 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아닐 것이다. 허나 보스의 세례를 직접 받은 베이비붐(전후) 세대들에게 이번 앨범은 말라있던 그들의 교감 신경에 아드레날린을 분비시켜줄 마법의 작품임에 틀림없다. 글:안재필(rocksacrifice@yahoo.co.kr) 제공:소니비엠지뮤직주식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