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Intro
02. Wailings From A Building
03. Mr. Landlord Apartment 121
04. Torn By A Phrase Garden
05. Ted's Ballad Attic
06. Dance Of Mr.gumble
07. Wake Up Apartment 121
08. Manipulator Barbeque
09. A Loaded Situation Surveying Room
10. The Observer
11. The Cause
12. The Effect
13. Summary
14. Outro


Last Epic (2003)
1,2집의 유쾌한 음악으로 국내 팬들의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A.C.T의 앨범은 지금까지 공식 발매된 적이 없었다. 아마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A.C.T의 팬들은 이것을 일종의 기현상이라고까지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드디어 신작이자 세 번째 앨범인 Last Epic이 국내에 발매가 되었다. 소위 ‘라이센스’라 일컬어지는 정규 발매반을 팬들이 기다리는 이유는 단지 가격이 몇 천원 싸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반이 내가 살고 있는 나라의 음반사에서 발매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나와 기호가 같은 사람이 그 만큼 많은 것이라는 증거이고,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에게는 더없이 기쁜 일인 것이다.
여러분이 감상하고 있는 A.C.T의 세 번째 수작 Last Epic은 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내적, 외적 현상들을 담고 있는 일종의 이야기이다. 따라서 이 앨범은 Epic인 것이다. 이들의 신작 진행소식을 Jerry에게서 처음 전해 들었을 때, Epic이라는 단어 때문에 많이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 이유인 즉, 에픽 메틀이다 헐리우드 메틀이다 수 없이 회자되고 있는 음악들이 너무나 심각한 분위기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인데, 혹시 A.C.T가 그런 식의 심각한 음악적 접근을 시도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필자도 그런 류의 심각한 음악을 즐기는 편이지만, 여러분 모두가 공감하듯이 A.C.T의 음악은 음악 표면에 떠오르는 장엄함, 심각함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 음악에서 느껴지는 놀라운 테크닉과 구성은 흥겨운 멜로디 이면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것이므로, 그러한 구성의! 묘나 테크닉, 육중한 분위기가 심하게 부각된다면 그렇게 신선한 음악일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Last Epic에는 유난히도 부제가 달린 곡들이 많다. 이 부제들은 그냥 부제인 것이 아니라 각 곡의 마지막에 위치한, 마치 독립된 트랙처럼 배치된 짤막한 연주곡들의 제목이니, 어찌 보면 부제가 아니라 각 곡을 연결하는 이음새의 역할을 하는 곡들의 제목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번 신작에도 역시 A.C.T가 항상 마지막 곡으로 수록하는 The Long One이 수록되어 있는데, Today's Report의 Personalities, Imaginary Friends의 Relationships와 달리, 통합된 곡명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 4개의 트랙의 곡명만으로도 우리는 이 트랙들이 하나의 곡을 이루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The Cause (원인), The Effect (결과), Summary (요약), Outro (마무리) 라는 11번부터 14번까지의 트랙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대곡을 이루고 있다. Personalities와 Relationships가 ? 瀏?森資?장장 15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의 곡을 A.C.T만의 재치-긍정적인 멜로디와 재미있는 연주, 탁월한 구성-로서 멋지게 연주해 내고 있다. 만약 여러분 중 누군가 다른 모든 곡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 앨범을 구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하나의 대곡이 여러분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 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