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커버 (겉 종이커버) 색이 다소 바래 있습니다. 가격 인하.



CD

01. Re-entry
02. Eat You Alive
03. Gimme The Mic
04. Underneath The Gun
05. Down Another Day
06. Almost Over
07. Build A Bridge
08. Red Light Green Light
09. The Only One
10. Let Me Down
11. Lonely World
12. Phenomenon
13. Creamer (radio Is Dead)
14. Head For The Barricade
15. Behind Blue Eyes
16. Drown

 

DVD

* 1994년 그룹 결성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모습들과 라이브 장면들을 모두 담은 초특급 35분 DVD  


Hey, Follow Me! This Is The New Style! LIMP BIZKIT - Results May Vary 1 (재고의 여지없이) 림프 비즈킷은 이제 누구나 인정하는 '2000년대 가장 잘 나가는 록 밴드'가 되었다. 음반사와의 계약 체계에 의해 활동하는 다른 그룹들과 마찬가지로 림프 비즈킷 역시 '인터스코프(Interscope)'라는 거대 레이블의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힘의 원천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밴드 내에 있다는 사실이 이들을 대형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단 그 이유만이 림프 비즈킷을 성공으로 이끈 원인이 되지는 않으리라. 뒤를 봐주겠다는 든든한 '빽'은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기 위한 동기로서만 최선의 효과를 발휘할 뿐, 그 이상의 확장을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의 내성과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작용하니까. 떠 먹여주는 밥만 먹고 자란 아이가 그 어찌 냉혹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림프 비즈킷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뮤직 비즈니스계의 더러움(?) 속에서도 무려 6년 동안 꿋꿋하게 살아 남았고, 하루가 멀다하고 변해 가는 매니아들의 취향에도 낙오 없이 그다지 동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감각을 자랑해왔다. 물론, 이들이 차차 명성을 얻게 되고, 후에는 자신들에 앞서 등장했던 밴드들까지 뛰어넘는 대형 그룹으로 떠오르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반대 세력도 급속도로 커나간 경향이 있긴 하지만…(그러나, 밴드가 커나갈수록 그에 따른 추종 세력과 반대 세력의 확장이 서로 비례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다. 단지, 두 세력의 비율에 있어서 밴드마다 편차가 있을 뿐). 2 물론, 림프 비즈킷의 성공 이전에도 이런 류 -크게 '록 음악'과 '힙합 음악'의 결합을 시도한 부류―의 음악을 추구하는 그룹은 분명히 있었고, 그들 중에서도 당대 록 음악 씬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의 대형 밴드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하지만, 림프 비즈킷이 앞선 (상징적인 의미로서의) 록커들을 제치고 하이브리드 음악 씬의 최고 권위자로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반 팝 팬들에서부터 힙합 팬들까지 완벽하게 끌어들일 수 있는 대중성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즉, 림프 비즈킷 또한 그들의 선배들과 마찬가지로 힙합 그룹보다는 록 밴드의 포맷을 가지고 있었지만, 다른 그룹과 달리 힙합을 '(단순한) 차용'이 아닌 '(풍부한) 활용'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건 1990년대 미국인들의 취향을 뒤바꿔놓기 시작한 흑인 음악의 강세에 맞물리는 전반적인 음악계 분위기를 탄 것으로, '선택의 시기적 적절'과 '대중의 취향적 동화'가 도출해낸 우연찮은 성공이다. 덕분에 림프 비즈킷은 데뷔 앨범 한 장으로 '가장 주목받는 신인 밴드' 대열에 올라섰고, 두 번째 앨범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밴드' 감투를, 세 번째 앨범으로 '가장 크고 비중 있는 밴드'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앞에 떨어진 네 번째 앨범은? 뚜껑은 열려봐야 아는 것이지만, 림프 비즈킷의 신보라는 이유만으로도 세상은 이 앨범을 제왕(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메탈리카(Metallica) 같은 그룹이 떡 허니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의 위력을 체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만큼 정말 크긴 컸다는 얘기다, 림프 비즈킷이. 3 림프 비즈킷을 대표하는 얼굴 마담으로서 프레드 더스트(Fred Durst)가 최우선으로 꼽혀야함은 당연하지만, 밴드의 '넘버 투'로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프레드 더스트 다음으로 지목했던 인물이 웨스 볼랜드(Wes Borland)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미 여러분도 알고 있듯이 웨스 볼랜드는 이제 더 이상 림프 비즈킷의 기타리스트가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에 미친 밴드가 되어간다는 말을 남긴 채 그동안 정들었던 밴드를 떠난 웨스 볼랜드는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빅덤페이스(Bigdumbface)를 만들어 [Duke Lion Fights The Terror!]라는 앨범으로 미스터 벙글(Mr. Bungle)을 떠올리게 하는 초극단 서커스 음악을 선보였지만, 그의 상상력은 아직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음악적으로는 제대로 표현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했다(하지만 빅덤페이스는 밴드 탈퇴 시기와 관련해 생각해볼 때 그가 림프 비즈킷에 대항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라 보기는 힘들고, 아마 곧 등장할 잇 더 데이(Eat The Day)에서의 음악이 그의 진면목을 판가름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프레드 더스트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대형 레이블의 부사장으로서 수많은 신인 밴드들을 발굴하고, 팬들에게 사랑 받는 보컬리스트로서 수많은 뮤지션의 앨범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그는,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찾는다는 광고와 함께 미국 전역을 순회하는 오디션으로 재야에 묻힌 인재들을 찾아 나섰다. 물론 이 오디션은 (애초 밴드의 뜻이 어떤 것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묵묵히 음악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던 무수한 무명 기타리스트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며 림프 비즈킷의 반대 세력을 더욱 많이 양산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이 되었지만, 림프 비즈킷 본인들에겐 보다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보다 많은 음악적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하게 되었으리라 (아,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보컬리스트의 죽음으로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된 불운의 그룹 스낫(Snot)이 배출한 마이크 스미쓰(Mike Smith)가 결국 림프 비즈킷의 새 기타리스트로 확정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치러진 오디션은 결국 별 성과가 없었다는 거지). 4 웨스 볼랜드의 새 그룹인 잇 더 데이를 의식한 것이 아닐까 생각되는 "Eat You Alive"를 첫 싱글로 내세운 림프 비즈킷의 신작 [Results May Vary]는 2집 이후 정형화된 '림프 비즈킷 스타일'의 연장선 상에 있는 동시에,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변화가 엿보이는 앨범이기도 하다. 수록곡은 크게 세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일단 "Nookie"나 "My Generation" 같이 지금까지 싱글로 발표하며 안정적인 인기 노선을 확립하기도 했던 스타일의 곡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림프 비즈킷의 팬들 중 대다수는 이런 분위기의 곡을 가장 좋아할텐데, 이번에도 역시 첫 싱글로 결정된 "Eat You Alive"를 비롯하여 "Gimme The Mic", "Phenomenon", "Head For The Barricade" 같은 곡이 이들의 강점을 잘 살리고 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만큼 기존의 림프 비즈킷 스타일도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 변화로는 무엇보다 프레드 더스트가 래퍼에서 싱어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띄며, ("Head For The Barricade"에 가장 많이 드러나 있듯이) 한 곡 안에서도 리듬을 굉장히 다양하게 쓰려고 애썼다는 점을 포인트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새 앨범의 두 번째 스타일은? 지금까지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완전한 힙합에 가까운 트랙들을 다수 끌어안고 있다. 스눕 독(Snoop Dog)이 피처링을 해준 "Red Light - Green Light"나 비교적 얌전한 모습을 보이는 "The Only One" 같은 트랙은 록 팬들보다는 힙합 팬들이 더욱 반기지 않을까? 하지만, 이 두 가지 스타일은 림프 비즈킷의 팬이라면 이미 익숙해져 있을 테니, 새 앨범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마지막 세 번째 스타일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프레드 더스트가 래퍼에서 싱어로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첫 번째 스타일의 곡들에도 드러나 있지만 "Underneath The Gun", "Down Another Day", "Build A Bridge" 같은 곡에서 들을 수 있는 그의 목소리는 (톤이나 창법 등은 전혀 다르지만) 포스트 그런지 밴드들의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을 정도로 감성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Behind Blue Eyes"는 전설적인 그룹 후(The Who)의 곡을 리메이크함으로서 좀더 정통론에 충실하려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5 솔직히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록 음악 씬에서 마룬 5(Maroon 5) 같이 전혀 생소한 장르간의 결합을 추구하지 않는 한, 앞으로 대중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기란 어려워 보인다. 특히, 림프 비즈킷의 성공 이후로 더욱 득세하게 되었던, 하지만 지금은 다시 하향세를 걷고 있는 현재의 랩코어 씬에 있어서는 그런 현상이 심각할 것임에 틀림없다. 림프 비즈킷은 [Results May Vary]를 통해 감각적인 하이브리드의 극단으로 치닫던 랩코어가 보다 정통 충실한 '록 음악'으로서 재탄생되기를 바라는 것 같으며, 흔히들 상업적이라고 얘기하는 랩코어도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 받을 수 있는 고전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금까지 림프 비즈킷을 지탱해주던 원동력이자 모토였던 '춤추기 좋은 음악'에서 탈피해 그 이상의 결실을 얻으려 하는 프레드 더스트의 노력이 이번에도 성공으로 이어질지, 음악 팬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궁금해지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