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In The Hood
02. Rules
03. Chrome Wheels
04. Soul Power
05. Uzi (pinky Ring)
06. One Of These Days
07. Ya'll Been Warned
08. Babies
09. Radioactive
10. Back In The Game
11. Iron Flag
12. Dashing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나 밝혀둘 것이 있다. 나는 Wu-Tang의 열렬한 팬이다. [Enter The Wu-Tang]이후로 이들이 발매한 모든 앨범들(솔로 앨범들을 포함하여)을 나는 대부분 좋아한다. 특히 최근의 [Digital Bullet]이나 [Bulletproof Wallets]는 Wu에 대해 약간의 실망을 느끼려는 나에게 “역시 Wu”라는 믿음을 다시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바로 이 앨범 [Iron Flag]은 사람들이 도대체 왜 Wu-Tang이 예전만 못하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게 한다.

[Iron Flag]은 3집 앨범 [The W]가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던 부분, 즉 불필요한 게스트 피쳐링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과 Wu 멤버들 간의 끈끈한 협력체계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극복해내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의 게스트 피쳐링은 소울풀한 코러스를 불러주는 Madame D와 Isley Brothers의 Ron Isley, 그리고 Public Enemy의 Flavor Flav가 전부이다. 대부분의 곡을 Rza가 프로듀스했는데, 그는 Bobby Digital 솔로 앨범들을 통해 보여준 디지털 비트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으며, 혼 섹션을 적극 활용하여 “독특하다”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Wu-beat를 만들어 냈다. Rza의 디지털 지향적인 프로듀싱은 특히 Chrome Wheels, Radioactive, Iron Flag 등의 곡에서 빛을 발한다.

랩 측면을 살펴보자면, [Enter The Wu-Tang]에서의 Protect Ya Neck을 방불케 할 정도로 Wu 멤버들의 verse가 쏟아져 나오는 곡들이 대부분인데, 도대체 누가 Wu-Tang에 내부적인 문제가 있다는 소문을 냈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9인간의 균형이 약간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좋은 방향으로의 불균형이다. 다시 말해 Method Man, Raekwon, Ghostface Killah 등 실력이 출중한 MC들의 참여 빈도가 높은 반면, U-God, Rza 등은 비교적 참여도가 적고 대신 Street Life나 12 O’Clock 등의 Wu-family 멤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MC는 Inspectah Deck a.k.a. Rebel INS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어느 앨범보다도 높은 참여도를 보이고 있는데, 힘 있고 리드미컬한 그의 랩핑은 최근 각광받는 언더그라운드 MC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Ol’Dirty Bastard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데, Rza가 그의 사촌의 목소리를 [The W]와 같이 억지로 넣으려 하지 않은 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라 하겠다 (Conditioner는 지난 앨범 중 최악의 트랙이었다).

CD를 넣으면 혼 섹션이 멋지게 들어가 이번 앨범의 스타일을 예감하게 해주는 첫 트랙 In The Hood를 지나 이번 앨범에서 가장 놀라운 트랙인 Rules가 나오는데, 나는 이 곡을 듣는 순간 어? 하고 놀라서 크레딧을 살펴 보았다. 혹시나 DJ Premier의 이름이 들어있는지를 확인해 보기 위해서 였는데 (물론 없다), Wu-Tang의 핵심 프로듀서로 자리잡은 Mathematics는 Primo 만큼이나 깔끔하고 귀에 쏙 들어오는 비트를 제공하고 있다. [The W] 앨범에서 Do You Really (Thang, Thang)을 좋아했던 팬이라면 이 곡을 자꾸만 듣게 될 것이다. 첫번째 verse에서 Ghost의 911 테러사건에 대한 공격적인 가사도 인상적이다. Madame D의 소울풀한 코러스가 일품인 Chrome Wheels는 Bobby Digital에 사용하려던 비트를 가져온 듯한 느낌이며, Soul Power에서는 “원조 떠벌이” Flavor Flav 아저씨가 등장하여 예의 추임새들을 들려주는데, 그의 참여도가 기대에 못 미쳐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가 “I'm the nigga that got you talkin bout fight the power”라고 말할 때는 이 양반에 대한 존경심이 다시 살아난다.

첫 싱글로 커트된 Uzi는 역시나 혼 섹션이 신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그야말로 “Wu Is Back”을 느끼게 해준다. 수록곡 중 부드러운 쪽에 속하는 One Of These Days, Babies, Back In The Game 등은 [Enter The Wu-tang]에서의 클래식 Can It Be All So Simple에 비교할 만한데, Ray Charles의 곡을 샘플링한 One Of These Days에서는 훵키 기타가 멋들어지게 삽입되어 있으며, Babies에서는 Madame D가 다시 한번 코러스를 불러주고, Trackmasters가 프로듀싱한 Back In The Game에서는 Ron Isley가 달콤한 코러스를 제공한다. Ya’ll Been Warned에서는 역시 Wu-Tang의 코러스는 Meth가 제격임을 증명해주고, SF 첩보영화의 사운드트랙을 듣는 듯한 Radioactive는 Public Enemy + Company Flow 정도의 느낌이다. 뒤쪽에 배치된 타이틀곡 Iron Flag은 역시 디지털 느낌의 비트에 Raekwon, Masta Killa, INS의 랩핑이 멋지게 얹혀 있다. 트랙이 따로 나뉘지는 않았지만 Iron Flag이 끝나고 나면 바로 연결되는 The Glock은 이 앨범에 있어서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나친 반복으로 조금 지겹다. 마지막 트랙 Dashing 역시 약간 지겹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곡이다. 미국 외 지역의 발매반에만 보너스트랙으로 수록된 The W에서는 [The W] 앨범에서 살짝 나왔던 “You got to check out the W”라는 후렴구가 등장한다.

요즘 힙합계에서는 Nas의 [Stillmatic], Mobb Deep의 [Infamy], Warren G의 [Return Of The Regulator] 등 데뷔 앨범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Wu-Tang 역시도 항상 데뷔 앨범의 그림자에 가려 왔는데, 이번 앨범을 통해 그 그림자를 떨쳐 버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Back In The Game중 Ghost의 랩에서 알게 되었는데, Wu-Tang Clan은 공교롭게도 작년 911 테러사건 당시 붕괴된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와 약자가 같다. WTC의 재건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