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Red Intro
02. How Many Mics
03. Ready Or Not
04. Zealots
05. Beast
06. Fu-gee-la
07. Family Business
08.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
09. Score
10. Mask
11. Cowboys
12. No Woman, No Cry
13. Manifest/outro
14. Fu-gee-la
15. Fu-gee-la

 

차별의 손가락질을 존경의 박수로 바꾸어 놓은 음악의 힘 세 아이티 천재 힙합퍼들이 만든 힙합 클래식 [The Score]

[The Score]는 온갖 호평과 찬사를 다 받았다. 조금 과장하면, 어느 면에서도 떨어질 것이 없는 무결한 음반이었다. 라임은 갱스터 일색이던 씬에 의식을 불어넣는 것이었으며, 퓨지스 특유의 포용력이 여러 장르를 완벽한 방식으로 흡수해 그루브를 완성하고, 샘플 콜라주의 차원에서는 너무나 능숙해서 원래의 곡들이 어색할 정도였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첫 싱글 “Fu-Gee-La”는 티나 마리 (Teena Marie)의 보컬을 로린 힐이 소울풀한 코러스로 바꾸어 놓고, 램지 루이스 (Ramsey Lewis)의 상쾌한 키보드 터치를 드럼 루프 사이로 감추면서 새로운 퓨지스의 색깔을 내고 있다. 멤버들의 다급하던 랩핑은 안정되었고, 사운드의 구성요소는 힙합을 근간으로 레게와 포크, 록 등을 결합한 이제껏 듣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의 조합이었다. 반면, 와이클레프와 프라스는 아이티 출신답게 독특한 악센트로 낱말을 풀며 활기를 띤다. 하지만, 앨범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Killing Me Softly”의 차지일 것이다. 빌보드 Hot 100의 2위에 올랐고, R&B/Hiphop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한 이 트랙은 로버타 플랙 (Roberta Flack) 원곡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새로운 감정이입 방식으로 풀어내는 로린 힐의 보컬이 가장 빛나는 곡이다. 물론, 무디 블루스 (The Moody Blues)와 리틀 피트 (Little Feat)의 사운드를 슬쩍 첨가한 와이클레프의 감각도 칭찬해야 한다.

다르게 소울과 힙합의 무게 중심을 찾아낸 “Ready or Not” 역시 많은 사랑을 얻었다. 몇 개의 레이어로 덧씌운 로린 힐의 보컬, 1969년 델포닉스 (The Delfonics)의 히트곡에서 가져온 후렴구, 뉴에이지 뮤지션 엔야의 “Boadicea”에서 따온 허밍, 그리고 모던 재즈 쿼텟 (Modern Jazz Quartet)이나 헤드헌터스 (The Headhunters)의 앨범에서 살포시 떼어낸 재즈 샘플 몇 개로 꾸린 이 곡은 좌우로 패닝되는 특이한 진행으로 진한 인상을 남긴다. 여기에 일깨움이 있는 노랫말은 덤. 그 밖에도 밥 말리 (Bob Marley)와 레게에 대한 영향을 그대로 투과하는 “No Woman, No Cry”의 리메이크나 존 포르테 (John Forte)가 참여해 아이티 이주민들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Family Business” 등도 주의 깊게 들어볼 만하다. 추가로 보너스 트랙이라 명시된 후반부의 트랙들도 놓치면 아쉽다. “Fu-Gee-La”의 몇 가지 변주와 와이클레프의 솔로 “Mista Mista”는 앨범 감상을 마무리 짓기에 아주 적합한 방법이다.

퓨지스는 단지 음악만으로, 더 정확히는 이 앨범 하나로 차별의 손가락질을 존경의 박수로 바꾸어 놓았다. 이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유효하다. 아직도.

*음악 칼럼니스트 김구라의 진지한 음반평
비교적 어린 와이클레프 장, 로린 힐, 프라스가 있었던 살아있는 전설이 바로 푸지스. 그 푸지스의 최고이자 마지막 앨범이 바로 [Score]. 세계 유수의 음악 잡지들로부터 장수돌침대급의 평가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 'Killing Me Softly'와 'No Women No Cry'의 리메이크는 역사상 최고의 창조적 리메이크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