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Pitch Crasher
02. Pioneer
03. Zero Hour
04. Electro Bloom
05. Alpha Centauri
06. Path (unfinished)
07. On The Edge
08. Damaged
09. The Beauty Of The Void

 

감상자 입장에서 정통적인 의미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한국 뮤지션에 의해 앨범 단위로 음반이라는 매체를 통하여 들을 수 있는 경험은 최근 들어 그리 많지 않았다. 바꿔 말하면 각종 차트에 전자음악을 차용한 EDM 지향의 팝/댄스 음악이 범람하고 있으나 방법론적으로 그 기능성 만을 쫓아가는 경우일 뿐 제대로 된 감상용 전자음악을 표방하는 일렉트로니카 음반은 흔치 않았다는 얘기다. 원인을 찾자면 음반이라는 포맷이 사양길에 접어든 것도 이유일 테지만 이쪽 장르 특유의 이질감(?)을 반기는 대중의 분포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서 이기도 하겠다. 하지만 척박한 토양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장르 음악에 천착하여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자 노력해 온 뮤지션은 이 땅에도 적지 않았다.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발화한 한국의 일렉트로니카씬은 성숙의 과정에 크고 작은 부침을 거치면서 여러 갈래로 그 영역을 넓혀 한국 대중음악의 한 지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지금 소개하는 강성모라는 일반 대중에게 다소 생소할지도 모르는 일렉트로니카 아티스트도 그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 뮤지션들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해마다 싱글(‘Pressure’), EP(‘Premature’), 데뷔앨범(‘Sound Lab’)을 차례로 발표한 바 있다. 그 후 햇수로 3년간 절치부심하여 본인의 커리어의 새로운 정점을 찍어줄 본작을 만들어 냈는데 정규앨범 이전에 선보이는 컨셉트(concept) 앨범 형식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모든 곡의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 믹싱을 강성모 본인이 직접 했고, 소리의 퀄리티 향상을 위해 David Bowie, Foo Fighters, Vampire Weekend, The Killers 같은 유명 밴드들의 앨범에서 솜씨를 발휘한 세계적인 마스터링 엔지니어 조 라포타 (Joe LaPorta) 에게 마스터링을 의뢰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다.

앨범 전체를 일순 해 들어 보니 세간 사람들이 나누는 음악 분류 방법론 상 본 앨범의 장르적 구분은 일렉트로닉이 될 테고 스타일은 앰비언트 (Ambient) 혹은 인더스트리얼 (Industrial)의 경계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굳이 좀 더 해부해 보면 IDM (Intelligent Dance Music) 적인 면모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인다. 총 아홉 트랙, 40분이 채 안 되는 미니멀한 러닝타임의 이 앨범의 모든 곡들은 편집증처럼 느껴질 정도로 꼼꼼하게 짜인 구성을 지니고 있다. 성기지 않고 빈틈이 없는 그 구조 위에 얹혀지는 다양한 질감의 전자음들은 쉴 새 없이 두 귀를 때리며 듣는 재미를 배가 시켜 나간다. 이는 결과적으로 묘한 공간감을 고양시키고 또 음들의 변형과 조합, 해체를 통해 특유의 질주감을 형성시킨다. 이러한 특징들이 청자에게 놀라운 음악듣기 경험을 선사해 주리라 본다. 평소에 들어보지 못 한 독특한 질감의 사운드, 그 지점이 바로 강성모 만의 독특한 일렉트로니카사운드스케이프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