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London Crawling
02. Idiot Twin
03. Anything Could Happen
04. Anyone Out There?
05. Chtherine's Wheel
06. Drive
07. Monday Morning 5:19 (acoustic Version)
08. Falling In Love
09. The Car That Took My Love Away
10. Deep Space
11. Russian Doll
12. Shatterproof
13. Underneath A Distant Moon



인디 팝의 부활을 꿈꾸는 리알토 팝의 전성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우리 시대의 다수의 감수성을 반영하는 팝의 트렌드와는 다르게 자신들의 음악을 규정짓고자 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리알토(Rialto)도 지금의 여러 팝 군단들과 다르게, 또는 90년대의 거목이 된 오아시스와 다른 방향에서 대중 음악의 다른 감수성을 자극하고자 하는 밴드이다. 이들의 새 앨범 [Night On Earth]는 짐 자무쉬의 91년 영화와 같은 제목인데 우연의 일치라기보다는 이들이 열렬한 영화 팬이라는 것을 자부하는 것과 '시네마틱 뮤직'이라는 자신들의 지난 음악을 설명하는 단어에 견주어본다면 새 앨범의 사운드로 보는 비주얼과 분위기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Night On Earth]에서 리알토가 전작과 다르게 참조하고 있으며 지금의 자신들의 음악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뉴 오더(New Order)에서 일렉트로닉(Electronic)으로 이어지는 과거 80년대 뉴웨이브 신쓰 팝(synth pop)의 한 흐름이며, 동시에 80년대 스미스가 인디 팝을 정의하면서 내세운 로맨티시즘이다. 90년대의 가장 큰 음악적 경향이자 발견이었던 일렉트로니카의 테크노 시대를 통과한 리알토는 다른 방식으로 일렉트로닉 음악에 접근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한 신쓰 팝은 테크노의 춘추전국 시대의 극단적 애티튜드들과는 다르게, 한편으로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치 그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듯하며, 지금의 테크노 사운드에서 발견하기 힘들지만 초기 일렉트로닉 사운드로서 신쓰 팝이 가졌던 팝의 감수성을 전유하고자 하는 듯 보인다. 마치 일렉트로닉의 데뷔 앨범의 수록곡 'Idiot Country'라는 제목을 연상시키는 곡 'Idiot Twin'은 뉴 오더의 버나드 섬너와 스미스의 자니 마가 만들었던 이 프로젝트가 지향했던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기반으로 현악의 층을 입혀 리알토 특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경향의 곡으로는 이외에도 'Anyobe Out There?', 'Drive'가 있다. 스미스의 스티븐 패트릭 모리씨가 자니 마와 만들어냈던 자기 파괴적 비하와 사랑의 고통에 감수성의 결정판이었던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은 스미스 신화의 장대한 에픽으로 남아있다. 리알토 역시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교통사고로 죽어도 좋다'는 이 곡이 노래하고 있는 것과 유사한 삶과 사랑을, 유사한 장대함으로 노래한 'The Car That Took My Love Away'를 만들었다. 한편으로 이 곡의 도입부에서 루이스 엘리엇의 보컬은 뉴웨이브 익스페리멘틀 밴드 저팬(Japan)의 데이빗 실비안의 목소리를 연상시키며 저팬 음악의 이질적인 사운드 실험과 유사한 맥락의 시도도 들려온다. 앨범의 드라마틱한 결말부를 이루는 이 곡은 리알토가 새 앨범에서 선취한 지점이다. 또, 이 앨범에서 이와는 다른 의미로 주목할 만한 곡은 'Underneath A Distant Moon'이다. 활을 이용한 다양한 음의 텍스처들 속에서 하나의 트랙으로 한편의 완성된 단편영화를 연상시키는 이 곡은 리알토의 노심초사한 세월을 입증하는 곡이기도 하다. 리알토의 보컬이자 작사가이며 영화팬인 루이스 엘리엇(Louis Elliot)과 기타리스트이며 사운드의 총책임자인 자니 불(Jonny Bull), 베이시스트 줄리언 테일러(Julian Taylor), 드러머 피트 커스버트(Pete Cuthbert)의 4인조로 재편성된 리알토는 이전 앨범의 6인조 시절보다 더 다양하고 야심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키보디스트를 내보낸 상황에서 한편으로는 키보드 사운드가 더 강화되었으며, 자니 불의 음악적 역량은 'Monday Morning 5:19'과 'Summer's Over'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던 지금까지의 리알토 사운드 경향으로서는 의외의 소리들을 창출해내었다. 그러나 이 의외의 사운드들 속에서 팬들을 열광시킨 전작의 'Monday Morning 5:19'과 같은 맥락의 곡들, 'Catherine's Wheel', 'Shatterproof'가 수록되어 있다. 여기서는 여전히 모드 시절을 회상하고 삼각관계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신화적 숙명성의 무거운 짐을 노래하고 있으며 사랑과 배신이라는 가장 오래된 테마에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리알토의 팬들에게 아주 특이한 선물이 될 'London Crawling'이 있다. 이것은 리알토의 전신인 밴드 킹키 머신(Kinky Machine) 시절의 곡으로 완전히 재편성한 곡이다. 미드 템포의 90년대식 드럼 앤 베이스의 전형적 리듬을 집어넣은 이 곡은 나름대로 인디계에서 기린아 중의 하나였던 킹키 머신의 사운드를 2000년의 시점에서 다르게 소화하고 있는 곡이다. 리알토는 데뷔 당시 레코드사로부터 상업성의 부족을 이유로 두 번이나 방출당했으나 데뷔 앨범의 성공으로 이제는 보무도 당당한 밴드로 음반시장에 입성한 밴드이다. 최근에는 6곡이 수록된 EP [Girl On A Train]을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하기도 하면서 음반시장과 타협하지 않고서도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활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전작의 국내에서의 대대적인 성공이 리알토의 새 앨범에서 들려오는 만개한 사운드에 편견으로 작용할까 염려가 될 만큼 리알토의 음악적 결과물은 한층 성장했다. 리알토는 회고적 감수성을 통해서 자신들의 음악적 변화의 기틀을 잡아내었고 영국 인디 팝 내의 역사들 속에서 문득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신들의 음악적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살려내었다. 간혹 루이스 엘리엇의 목소리가 지나친 감상주의로 무장한 가성으로 울려 퍼질지라도 그가 노래하는 사랑과 일상의 무거운 짐들에 공감한다면 리알토의 음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의 사운드트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미영 (The Art Of Par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