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Everlasting Gaze
02. Raindrops + Sunshowers
03. Stand Inside Your Love
04. I Of The Mourning
05. Sacred And Profane
06. Try, Try, Try
07. Heavy Metal Machine
08. This Time
09. Imploding Voice
10. Glass And The Ghost Children
11. Wound
12. Crying Tree Of Mercury
13. With Every Light
14. Blue Skies Bring Tears
15. Age Of Innocence



많은 인적 변화가 있었던 스매싱 펌프킨이다. 다아시가 나가고 홀에서 활동하던 멜리사가 그 자리를 메꾸고 들어 온 것은 호박 팬들은 이미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며 또한 예전 망치질 드러머 지미가 다시 복귀한 사실도 모두 다 알고 있다. 꽤나 혼란스러워 보이는 멤버 변동이지만 의외로 조용히 이루어진 것 또한 사실이다. 사실 다아시의 빈 자리를 누가 메꿀지 팬 입장에서 막막한 노릇이었지만 막상 멜리사는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지미의 복귀는 펌프킨 팬들로써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음악적으로 이번 앨범은 과거 펌프킨 사운드로, 즉 Adore 이전으로의 재현이라고 간단히 정의된다. 첫 번째 싱글이자 앨범의 첫 머리곡인 Everlasting Gaze의 첫 기타 사운드가 나오는 순간 “드디어 펌프킨이 정신을 차렸군!” 할 청자들이 많을 것이다. 펌프킨을 정의할 때 흔히 사용되는 관용어구들 - 디스토션과 노이즈가 잔뜩 걸린 기타 사운드, 빌리 코건의 코맹맹이 보컬, 다아시의 둥둥거리는 베이스(다아시는 이번 앨범의 녹음이 끝난 뒤 탈퇴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미의 망치질 드럼 - 모두가 이 한 곡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특히나 지미의 드럼은 정말 반가운 부분이다. 그가 없었던 앨범 Adore의 몽환적 사운드 메이킹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맥빠진 펌프킨의 사운드는 어쩐지 허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의 드럼은 펌프킨 사운드에 맥박을 빠르게 하는 기관차 역할을 한다. 음악 전체에 강력함과 더불에 질주감을 선사하는 것이다.(참고로 지미가 없었던 전작 Adore가 지미의 드러밍을 새롭게 녹음해 다시 출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그 사운드가 어떻게 변화될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강력함이 앨범 전반부에서 중반부를 지나기까지 단 한 번의 쉼 없이 지속된다는 것은 좀 뜻밖이긴 하지만 그들의 강력함을 아끼던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예전 멜랑콜리 앨범은 중간중간 어쿠스틱 사운드가 그러한 분위기를 반전시켰지만 이번 앨범에 그러한 구석은 적어도 12번 트랙이 나오기 전까지는 없다. 그렇다고 변함없이 지루한 사운드의 연속이란 말은 아니니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기 바란다. 적재 적소에 청자를 잡아끌 수 있는 훅은 도처에 깔려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사운드는 12번 트랙에서부터 반전되기 시작한다. 느릿느릿한 템포 전환에서부터 지독한 노이즈 기타는 지극히 최면적이고 몽환적이다.(사실 이번 앨범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절한 단어는 몽환적이라는 단어일 수도 있다. 곡이 꼭 느려야만 몽환적이지는 않다!) 13번 트랙은 그들의 나긋나긋한 사운드(이번 앨범에서는 거의 유일)를 좋아하던 팬들을 위한 곡인 듯 싶다. 14번 트랙은 싸이키델릭한 그들의 면모가 보이는 듯 싶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그나마 평범한 진행을 보이는 15번 트랙 Age of Innocence를 마지막으로 70여분이 넘는 이 앨범은 끝이 난다. 빌보드지에서는 이번 새 앨범을 두고 예전과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앨범이라고 마구 혹평을 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 앨범에 대한 평가는 어차피 음악은 듣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적 변절이니 아니면 음악적 퇴보니 하는 수많은 논쟁들, 사실 어느정도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는 밴드라면 어느 시점부터 음반을 낼 때마다 의례적으로 얻어맞는 비난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메탈리카를 보라!) 펌프킨도 이젠 이러한 카테고리에 속할 만큼 이미 거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펌프킨은 이렇다”라고 하는 이미지가 있다고 가정할 때, 그리고 지난 앨범 Adore가 그러한 팬들에게는 즐거움보다는 실망을 더 가져다 주었다고 감히 가정할 수 있다면, 이번 새 앨범은 그러한 팬들을 다시금 호박들의 팬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앨범이라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다. 만약 달리 생각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