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Ambulance
02. Out Of Time
03. Crazy Beat
04. Good Song
05. On The Way To The Club
06. Brothers And Sisters
07. Caravan
08. We've Got A File On You
09. Moroccan Peoples Revolutionary Bowls Club
10. Sweet Song
11. Jets
12. Gene By Gene
13. Battery In Your Leg





영국으로부터 세계로, 블러의 한계 없는 비전 Blur: Think Tank 자, 그렇다. 이 블러의 새 앨범에서 블러의 창단 멤버이며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던' 그레이엄 콕슨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것이다. 앨범의 엔딩으로 수록된 딱 한 곡 'Battery In Your Leg'에서 들을 수 있는 콕슨의 기타 연주를 제외하면 이제 블러는 3인조이다. 무엇보다 21세기 들어 발매하는 블러의 첫 정규 앨범에서 두드러지는 외형적 변화는 바로 이것이다. 새 앨범을 위한 투어에는 버브 출신의 사이?통이 무대 멤버로 도와줄 것이라고 한다. 작년 가을 모로코에서 있었던 블러의 스튜디오에 방문해 그들의 녹음을 도왔던 팻보이 슬림(혹은 노먼 쿡)은 그레이엄 콕슨이 블러를 떠난 것 같다는 눈치 빠른 의견을 내비쳐 언론에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여기에 대해 블러 그리고 특히 그레이엄 콕슨은 그의 경솔한 언변을 비난하며 그저 그 기간에만 녹음에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지 블러를 탈퇴한 것이 아니라고 버럭 화를 냈다. 기껏 4년 만에 발매될 새 앨범을 준비하는 와중에 이런 사실이 불거지면'밴드 해체설' 같은 악성 루머로 발전되어 오랫동안 몸 담았던 밴드에 행여 피해를 줄까 걱정했던 것일까? 아님, 당시로선 아직 행보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쨌든 이제 블러에는 그레이엄 콕슨이 없다. 이렇게 하여 그들의 일곱 번째 작품이 되는 [Think Tank]는 세 명으로 녹음한 블러의 첫 번째 앨범이 되었다. 2001년 초겨울 데이먼 알반은 프로젝트 밴드인 고릴라즈의 진군을 잠시 멈추어 두고 블러의 리더로서 전 작인 [13]에 이어지는 새로운 작품의 제작을 위해 런던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blur]에서부터 진행되었던, 이미 정형화 되다시피 한 브릿 팝 스타일로부터의 탈피 그리고 예상을 뒤엎는 [13]의 사운드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블러일 것인가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이 근간 많은 밴드들이 그렇게 하고 있듯 일렉트로닉 댄스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최초의 댄스 앨범이 되지 않을까 전망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프리카 음악 같은 원시적이고 국지적인 음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이먼 알반의 근황을 고려할 때 이것이 전격적인 월드 뮤직 앨범이 될 지도 모른다고 예상했다. 이렇듯 분분한 추측들 그리고 1년간의 고심과 노력이 이어진 끝에 [Think Tank]는 세상에 공개되었다. 딱 잘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이것은 결국 댄스 앨범도 월드 뮤직 앨범도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험적인 리듬과 (그들의 표현대로) 크레이지한 비트가 교차되고 있지만 이것은 여전히 '블러' 그 자체이다. 캔 (Can)과 조 스트러머(Joe Strummer-Clash),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의 정신 그렇지만 그 합성물은 전 작의 흐름에서 많이 벗어나고 있지 않다. 형식상으로는 실험적이고 복합적이며 또 분위기라는 측면에서는 나른하고 안개 자욱한. 물론 'On the way to the Cub' 같은 곡에서 들을 수 있는 즉흥연주 같은 느낌, 보컬 멜로디 없이 반복되는 리듬은 때로 밴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앨범의 사운드도 주제도 보다 국제화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코카인은 살인자들을 위한 것이며 코딘(진통제)은 배심원들을 위한 것이라고 읊조리는 펑크 느와르 'Brothers And Sisters'는 전세계에 만연한 약물 중독을 다루고 있다. 모로코에서의 후반기 녹음은 [Think Tank]의 첫 싱글인 'Out Of Time' 같은 곡에 중동의 이국적인 풍광을 더하도록 했다. 이 곡에서 그들은 모로칸 뮤지션들을 대거 초청, 에스닉한 현악 연주를 부탁했다. 물론 지구상 모든 생물체가 공통적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랑' 에 대해서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 이번 앨범을 위해 블러는 엘보우(Elbow)의 앨범을 작업 했던 벤 힐러(Ben Hillier)에게 공동 프로듀싱의 책임을 맡겼다. 그 외에도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 그리고 노먼 쿡(Norman Cook )이 때때로 도움을 주었으며, 영국에서 20여 개의 트랙이 거의 완성된 후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9월과 10월 후반기 녹음을 진행했다. 조용하게 마음을 고무시키는 'Out Of Time', 펑크 스피릿에 충실한 'Crazy Beat'와 조 스트러머 풍의 'Gene By Gene', 권태롭게 늘어지는 알반의 보컬과 저음의 색소폰이 불길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오프닝 트랙 'Ambulance' 등 앨범의 마무리는 연말에 성사되었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최고의 레코드'라는 데이브 론트리의 말은 웃어넘기고 대신 알렉스의 표현을 인용하자. "난 이걸 [ Parklife]에 비교하고 싶어요. 둘 다 우리가 어떤 법칙들을 벗어버렸단 점이 공통적이죠. 하지만 [Parklife]에서 우리가 그랬던 건 레코드사를 엿 먹이려던 생각에서였지만 이번에는 법칙을 벗어나야만 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점이 달라요." 한편 데이먼 알반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Parklife] 이래 우리의 가장 단도직입적이고 솔직한 앨범!" 블러는 알고 있는 것처럼 1989년 [Food/EMI]와 계약을 맺으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벗은 여인을 실은 홍보 포스터로 논쟁을 불러일으킨 첫 싱글 'She's So High'는 차트 50위권에 들었고 뒤이은 싱글 'There's No Other Way'는 톱 텐에 들었다. '91년 발매한 데뷔앨범 [Leisure]는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나 비틀즈 그리고 당시 영국에서 움직임이 있었던 드림 팝의 경향을 보이고 있었는데 영국 팝 뮤직 사운드의 혁명을 예고하는 듯한 근사한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그들은 제조된 틴 아이돌 정도로 무시당하기도 했고 또 잘못된 재정 관리는 끔찍한 좌절감을 안겨 주었다(이 때의 밴드 내 분위기는 앨범 [13]에 수록된 그들의 가장 고독한 노래 '1992'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1집에 이어 다시 스티븐 스트리트(Stephen Street)가 프로듀스를 맡은 두 번째 앨범 [Modern Life Is Rubbish]가 세상 빛을 보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그들은 1년에 가까운 시간을 스튜디오에 틀어박혀 녹음한 앨범을 푸드 레이블에 내놓았지만 레이블은 히트 싱글감이 없다면서 그들을 다시 스튜디오로 보냈고 알반은 여기에 'For Tomorrow'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푸드 쪽도 만족 하지만 다시 미국 쪽 레이블인 SBK가 미국에서 먹힐만한 싱글이 없다고 제동을 걸었고 그 대답으로 내놓은 것이 'Chemical World'였다. 이렇게 해서 앨범은 1993년 발매예정으로 완성되었는데 여기서 SBK가 또 한 번 간섭을 했다. 당시 너바나와 소닉 유스를 프로듀스 했던 부치 빅(Butch Vig)에게 프로듀스를 맡겨 다시 녹음 하는 게 어떻겠냐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는 밴드가 거절. 너무나도 영국적이고 인텔리전트한 분위기가 물씬했던 이 앨범은 이후 앨범들에 비하면 성적이 좋진 않았고 특히 미국 상륙에는 대 실패였다. 과거는 잊어라. 세 번째 앨범인 [Parklife]가 발매된 '94년 봄, 영국 대중음악 씬은 블러에게 완전히 사로잡혔다. 그것은 단지 앨범 판매량으로 증명되었다기 보다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보는 쪽이 맞다고 할 정도였다. 'Girls And Boys'는 미국에서도 인기를 얻었고 브릿 팝 붐에 있어서 [Parklife]는 그 마스터피스였다. 이어 '95년의 [The Great Escape]는 한층 더 세련되어졌으며 사람들이 '브릿 팝'이라고 부르는 컨셉에 의도적으로 들어맞도록 만들어졌다. 그리고 알반은 선언했다. '브릿 팝은 죽었다'라고. '97년 발매된 [Blur]는 실로 그런 선언에 어울리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싱글 'Beetlebum'은 발표 첫 주에 1위에 올랐고 그들의 혁신된 사운드는 미국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Song 2'가 큰 인기를 얻었다. '99년에 발매된 [13]은 또 한 번 블러 팬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는데 이 급진적인 모험 속에는 당시 알반에게 제 2의 고향과 같았던 아이슬랜드의 싸늘한 정경 그리고 일래스티카(Elastica)의 보컬리스트인 저스틴 프리쉬먼(Justine Frischmann)과의 결별로부터 받은 영향 등이 분위기를 지배했다. 한편 블러는 'There's No Other Way ' 이래 프로듀스를 도맡아온 스티븐 스트릿(Stephen Street)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윌리엄 오빗을 불러들여 21세기와의 조우를 준비했다. 2003년의 블러.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지도 모를 이라크전에 대해 셋 중 하나는 적극적인 평화 시위로 자기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셋 중 둘은 절대금주를 선언했고 그 중 또 하나는 아버지가 되기도 했다. 한편 셋 모두는 단지 보컬리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로 정해진 위치가 아닌 보다 창조적이고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서 다 함께 '블러'라는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그림들은 [Think Tank]라는, 발전적이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시에 강하고 견고한 테두리 안에 펼쳐져 있다. 이제 이 사내들의 목표가 미국 진출 따위는 아니라는 것이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미 그들의 비전은 그보다 넓고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