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시간 - 99분
언어 - 영어
자막 - 한국어, 영어
화면비율 - 1.66:1 레터박스
오디오 - DD Stereo
지역코드 - ALL/NTSC

7년 동안 만나지 못한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목사 부인인 딸이 재회한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었던 둘은 딸의 입을 통해서 발작적으로 폭로되는 관계를 통하여 오래된 상처 앞에 발가벗겨지고 그 속에서 딸의 정신병이 어머니 때문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결국, 어머니는 떠나고 남겨진 딸은 다시는 그녀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한다.

어떻게 <가을 소나타>는 지금의 모습을 갖춘 채 마치 꿈처럼 갑자기 떠올랐을까? 아마도 그것이 이 영화의 단점인 것 같다. 즉, 이 영화는 그냥 꿈으로 남아 있어야 했다. 영화 같은 꿈이 아니라 꿈 같은 영화로서 말이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가을 소나타>는 베르히만의 후기성향을 대표하는 여성영화로 성취욕이 남다른, 아름답고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둘째 딸이 7년만에 만남을 통해 오랜 애증관계를 폭로하는 실내극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 온 어머니상, 즉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며, 딸과는 같은 여성이라는 공동운명체적 연대감을 가진 어머니상을 깨뜨린다.

후기의 베르히만 영화에서 계속 나타나는 죽음에의 충동, 어머니로서의 여성에 대한 강박관념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늙어가는 엄마의 부끄러움과 자긍심이 뒤섞인 위선적인 얼굴과, 애정과 증오로 뒤섞인 딸의 상처받은 얼굴이 겹쳐지면서 두 모녀간의 복잡한 감정의 세계가 드러난다. 그것을 보는 것은 분명 고통스러운 경험임에 틀림없다. 늙어가는 예술가의 고집스러움과 어두운 전망이 드러난 <가을 소나타>는 베르히만 감독 자신의 고백과도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암에 걸린 상태에서 출연한 잉그리드 버그만의 마지막 영화인 <가을 소나타>는 잉그리드 버그만과, 베르히만의 여성 페르소나였던 리브 울만의 만남만으로도 주목을 받을 만한 작품이다. <가스등>,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카사블랑카>의영원한 히로인 잉그리드 버그만이 어머니로 출연하고 있는데, 이 영화가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었다. 버그만과 팽팽한 심리 대결을 벌이는 딸 역은 리브 울만이 맡았는데, 카메라의 근접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계적인 두 스타의 연기 앙상블은 관객을 숨막히게 한다.

마음을 울리는 가는 피아노 선율과 감독의 오랜 영화 동반자인 스벤 닉비스트의 유려한 카메라,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딸의 폐부를 찌르는 대사가 연극 스타일의 단조로움을 말끔히 상쇄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