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Intro
02. Gangtholpia
03. Hate
04. H.i.p.h.o.p
05. Time
06. 취두리 2001
07. One Fine Day
08. Exodus
09. G-love
10. Let's Get High
11. Wanderer
12. Spinning World
13. Interlude
14. 나른한 오후 -we Luv Ya-




갱톨릭 (GANGTHOLIC) / 2ND WINDPROOF 1998년, 한국에서 힙합이 무엇인지, 갱스터랩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던 시절, 처음으로 본격적인 힙합 앨범을 내놓아 작은 충격을 주었던 힙합 그룹 갱톨릭이 4년 만에 두번째 앨범 [防風](나인포유/로맨틱, 2001)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갱톨릭'이란 이름은 초기 멤버 두 명이 성당에서 만나 갱스터랩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저예산 인디 음반으로 제작되었던 갱톨릭 1집 [ARIC](강아지문화예술, 1998)은 비록 프로듀싱에 있어서 세련되지는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랩=댄스'라는 등식이 확고히 자리를 잡고 힙합은 단지 태동기에 불과하던 당시, "기름기가 빠진 담백한 '한국형 랩'의 가능성이 느껴진다", "영어 랩에 의존하지 않고 한국어와 정면으로 랩을 만들었다"(중앙일보), 멜로디가 아니라 "랩 자체가 만들어내는 리듬에 의존하여 흥을 돋운다"(씨네21)는 평을 얻기도 했다. 갱톨릭 1집은 홍보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만장 가까이 판매됨으로써 인디 레이블에서 나온 음반치고는 적지 않은 판매고를 올렸다.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 계속 미뤄져 왔던 갱톨릭의 2집이 드디어 발매되었다. 갱톨릭은 원래 멤버 2명(DoBoi, Tyung)에다가 2명이 새로 합류하여(Taq, MizKim) 남자 3명, 여자 1명의 힙합 그룹으로 다시 태어났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원래의 랩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멤버 보강으로 더 자연스러운 랩의 흐름(flow)을 이루었고 다채로운 래핑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防風'이라는 앨범 이름처럼 갱톨릭은 세상의 유행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꿋꿋이 지키면서도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대한 냉소, 진지한 성찰 그리고 따뜻한 희망 갱톨릭의 음악에서 가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아마도 갱톨릭은 한국의 힙합 그룹 중에서 랩 가사를 가장 멋지게 만들어내는 팀일 것이다(모든 가사는 멤버들이 직접 썼다). 20대의 젊은 나이다운 뜨거움과 갱스터랩다운 냉소, 그리고 카톨릭 신자다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가사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의 공감을 일으킨다. 갱톨릭의 가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불만, 세상과의 불화, 일상의 고민과 방황, 좌절과 희망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래서 간혹 등장하는 욕설도 감정의 진지하고 솔직한 표현으로 느껴지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Hate"에서는 갱톨릭이 싫어하는 일상의 것들을 늘어놓고 있다. 승차거부하는 택시, 만원 버스의 치한 등이 그런 것들이다. "H.I.P.H.O.P"에서는 유행, 옷차림이 되어버린 '힙합'을 냉소적으로 비판한다. 그러다가도 "Time"에서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답답함과 아픔을 얘기한다. 때로는 젊은이들답게 "흐르는 우리의 랩에 몸을 맡겨, 흘러가는 비트에 그냥 빠져들어"("Gangtholpia")라고 제안하기도 하고, "신경을 쓴 건 아직 남았지만… 아침부터 아무 이유없이 기분 좋은 날"("One fine day")을 맞기도 한다. 갱톨릭이 갱스터랩에서 배운 제일의 원칙은 정형화된 복장이나 으시대는 듯한 특유의 손짓발짓이 아니다. 갱스터랩이라면 자기의 생각을 또렷이 표현하고 전달하여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갱톨릭의 음악에서 라임(각운)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서 메시지를 희생시키는 일 따위는 없다. 라임이란 '끝말 맞추기'가 아니라 솔직한 느낌을 표현하다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분한, 느긋한, 편안한, 그러나 강렬하게 호소하는 진지한 랩 갱톨릭의 힙합은 어쩌면 무거우리만치 차분하다. 시끌벅적한 댄스 가요와 전혀 다름은 물론이고, 요즘 유행하는 힙합과도 다르다. 이번 앨범은 최신 유행 힙합과는 다르게 떠들썩하고 꽉찬 '과잉' 프로듀싱을 지향하지 않았다. 대신 반주나 사운드 프로듀싱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은 채,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가운데 랩 자체에 중심으로 두는 방식을 택했다. 그 이유는 진지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또한 래핑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진작부터 홍대앞 등 클럽 무대에서 공연을 벌여왔기 때문에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데는 자신이 있고, 인디 록 페스티벌 등 제법 큰 무대도 익숙하다. 2집 앨범 [防風]을 준비하면서 많은 연습과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자신감은 넘쳐있는 상태다. 4명의 멤버 각자가 랩의 음색, 강약, 빠르기를 조절하면서 리듬을 만들어내는 것을 듣다 보면, 신기하게 절로 흥이 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갱톨릭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갱톨릭 2집 [防風]은 나지막히 차분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오히려 큰 목소리보다 더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래퍼 = 알아듣지 못하도록 무지 빨리 악을 쓰면서 소리 지르는 가수'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충격적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서정성과 그루브가 어우러지는 힙합 앨범 뮤직 비디오로도 제작된 앨범의 대표곡 "Time"는 갱톨릭 특유의 성찰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으로서, 고즈넉하고 느긋한 분위기의 신시사이저가 은근한 그루브를 만들면서 흘러나오는 가운데 4명이 어우러지면서 부르는 랩이 선명한 이미지를 전해주는 서정적인 곡이다. "One fine day"는 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곡으로서 앨범의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 훵키한 신시사이저 리프와 와와(wah-wah) 기타의 그루브가 더없이 흥겨운 이 곡은 네 명이 꼬리를 물고 번갈아 부르는 랩이 만들어내는 리듬감이 뛰어나 공연이나 파티에서 분위기를 돋우는 데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곡이다. "Wanderer"는 Doboi와 Tyung 둘만 참여한 곡으로서, 힘찬 피아노 반주 위에서 두 명의 담백한 랩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Spinning World"는 훵키한 비트와 인도 악기인 시타르(Sitar) 비슷한 음색의 신시사이저 리프가 묘한 흥겨움을 자아낸다. 자료제공 / Nine4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