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켓 사이드 색이 바래 있고 시디에 기스가 다소 있습니다. 가격 인하.




 

01.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8 : I. Allegro
02.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8 : Ii. Lento Ma Non Troppo
03.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8 : Iii. Finale. Rondo (presto)
04. Violin Sonata In E Flat. Op.18 : I. Allegro, Ma Non Troppo
05. Violin Sonata In E Flat. Op.18 : Ii. Improvisation. Andante Cantabile
06. Violin Sonata In E Flat. Op.18 : Iii. Finale. Andante, Allegro




자발리쉬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녹음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작품. 펭귄가이드에도 단 1장만이 소개되고 있는 희귀 녹음반이다. 장영주가 슈트라우스 스페셜리스트인 볼프강 자발리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이 위대한 작곡가의 초기 작품인 바이올린 협주곡과 소나타를 연주했다는 사실에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마음은 비단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에 부응하여 신동의 이미지를 벗고 자신의 해석에 깊이를 더하기 위한 시도로 생각할 수 있는 장영주의 이 앨범은 대단히 긍정적이기까지 하다. 특히 비교의 대상이 없을 정도로 녹음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협주곡의 경우, 장영주의 이 녹음은 작품이 요구하는 메시지와 이에 대한 해석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 최초의 모델일 것이다. 작품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육화시키고 있는 장영주의 이 녹음은, 하이페츠가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 소나타의 진가를 밝혀내어 자신만의 성으로 삼았던 업적에 비견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Op.8은 슈트라우스가 1882년 18세의 나이로 완성한 작품으로서, 초연은 작곡가가 직접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하여 편곡한 버전으로 1882년 12월 5일에 이루어졌고, 정식 오케스트라 버전으로는 14년이 지난 뒤인 1896년 2월 17일에 초연되었다. 이러한 까닭인지 몰라도 지금까지도 독일에서 이 작품은 대부분 실내악 버전으로 연주된다. 우선 첫 악장 알레그로는 스타일의 측면에서 멘델스존 협주곡에 대한 회상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분으로서, 단호하면서도 영웅적인 열변을 토하는 듯한 반주부를 시작으로, 바이올린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두 주제를 정교하게 전개시켜 나간다. 초기 작품인만큼 작곡가 특유의 원학 스타일이 흐릿하게 나타나지만, 장영주는 이러한 모호함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수성을 이입시켜, 이 작품이 단지 습작이라는 편견에 맞서 작곡가 고유의 천재성과 음악적 스타일을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 또 다른 걸작임을 확인시켜 준다. ARTS 레이블에서 발매된 예뇌 제바스티엥의 바이올린과 자발리쉬의 피아노로 연주된 녹음을 들어보면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부분적인 에피소드들이 강조되면서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반면, 장영주의 연주에서는 솟아오르는 듯한 밝은 색채감과 적절한 비르투오시티가 거시적인 흐름 내에서 살아난다. 2악장의 바르카롤적 분위기와 3악장의 무궁동이 이토록 생명력 높은 악장이었는가를 새삼 느끼게 해준다. 물론 베테랑 자발리쉬의 오케스트라 운용과 효과적인 다이나믹 구사는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그러나 바이올린 소나타의 경우, 그 해석이 전적으로 성공적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연주임은 분명하나, 이 작품들을 대한 장영주의 관점에는 이전의 명연들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노련함,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자신의 뚜렷한 자기 주장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시트코베츠키가 격렬함에 치중한 나머지 너무 투박하게 들리는 것에 비하면 장영주의 연주는 물 흐르는 듯 매끈한 소리선과 적절한 감정을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기와 같은 피아니시모가 매력적인 모르드코비치와 오피츠의 연주(Chandos)가 놓치고 있는 확장된 클라이막스와 분위기의 극적인 대비가 잘 살아나지 않는다. 특히 첫 악장 코다 부분에서 잦은 리타르단토와 템포의 이완이 사용되는 점, 느린 악장에서 색채와 열기의 극적인 대비가 적절하게 살아나지 못한 점 등이 그러하다. 세 번에 걸친 하이페츠의 역사적인 녹음, 정경화와 찌메르만(DG)이 보여주었던 완벽한 밸런스와 긴장감 높은 클라이막스, 지네트 느외(EMI)의 풍부한 톤과 인토네이션, 확고함과 온기가 강하게 느껴지는 해석 등의 권위는 여전히 확고하다. 제바스티엥과의 녹음(ARTS)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반주를 보여주는 자발리쉬가 오히려 이 연주의 주역처럼 보인다. 글: 박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