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팩 앞면에 스티커 자국이 있는 등 사용감이 있습니다. 가격 인하.



 

01. City
02. Pillow
03. Anon
04. Soundwaves
05. Capitol Beat Sticky
06. Darussalam
07. God Ohm
08. Breakers
09. Heat
10. Monster
11. Duffle Coat




아무리 ET가 당시로서는 SF 영화의 극치였다고 해도 같은 감독의 20년후 작품인 A.I. 앞에서는 맥을 못출 것이다. 아무리 수퍼맨이 당시로서는 최고의 영웅이었더라도 비슷한 쫄티 입고 다니는 요즘의 스파이더맨 앞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 뗀 아기 취급을 받을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한 소비자들은 자극에 인색하다. 그러므로 각종 연예 산업의 종사자들은 "반응을 보여줘~"를 외치며 자극의 강도를 높이는 일에 목하 고민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캐피톨 케이는 일렉트로니카에서 아시아의 감성, 팝의 감각을 자유롭게 섞어 신선한 사운드를 들려주니, 메이저에 진입한지 얼마 안됐더라도 일단 음악팬들에게는 호감을 살 듯. 푸가치와 소닉 유스의 기타 사운드, 깔끔하게 들리는 보컬, 그리고 중독성 강한 멜로디, 순수하고 밝은 팝 사운드 등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요소들을 한데 담아 이른바 싸이키델릭 팝을 선보이는 캐피톨 케이는 그 성장 이력만으로도 자신의 사운드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캐피톨 케이는 크리스찬 크레이그 로빈슨(Kristian Craig Robinson)이라는 이름으로 말타에서 태어나 두바이와 보르네오, 브루나이를 거쳐 영국에 정착한다. 캐피톨 케이의 보기 드문 이력은 아랍어를 쓰며 무슬림 학교까지 다닌 적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11살 때부터 음악에 심취해있던 캐피톨 케이는 다양한 세계를 거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음악 작업을 시작한다. 런던에 'Island Row'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자신이 영향받았던 세계들을 녹여 음악을 만들어내는데, 1999년부터 EP와 정규 앨범들을 발표하고 있다. 1999년 캐피톨 케이는 정규 데뷔 앨범 [Sounds Of The Empire]를 선보인다. 다양한 샘플을 이용해서 신선한 사운드를 조합해낸 데뷔 앨범 이후 캐피톨 케이는, 2000년 두번째 음반인 본작 [Island Row]를 발표하는데, 앞서도 말했다시피 캐피톨 케이의 스튜디오 이름을 딴 타이틀이다. 2000년 마이너 레이블에서 먼저 발표된 작품으로, 몇 곡을 넣고 뺀 손질을 거친 후 영국의 주요 메이저 레이블 중 하나인 엑스라지 레코드에서 올해 2002년 다시 발표했다. 캐피톨 케이가 다양한 사운드에 심취해있음은 2집에서도 잘 드러난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샘플로 새로운 음악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캐피톨 케이는 자신의 스튜디오 이름을 따서 타이틀을 지은 [Island Row]에서 런던에서의 삶, 혹은 현대적인 도시에서의 생활을 담고 싶었다고 한다. 도시의 소음과 오염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는 'City'는 기타와 피아노로 단순하면서도 매력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어깨를 절로 흔들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멜로디가 인상적이다. 발랄한 러브송 'Pillow'는 사랑스러운 기타 연주와 가녀린 캐피톨 케이의 보컬로 브릿팝의 범주 안에서 이해할 수 있을만한 곡인데, 타악기 비트와 이국적인 현악기 연주, 긴장을 잃지 않게 만드는 노이즈로 신선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I don't want to sleep tonight. Tomorrow I'll see you.'라는 사랑스러운 가사가 이 곡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팔레스타인의 평화에 대해 생각하다 만들었다는 'Anon'은 사막에서 혼자 외롭게 꿈을 찾는 한 남자에 대한 얘기인데, 이는 예수를 뜻한다고. 여성 스캣을 샘플로 써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앰비언트 스타일의 'Soundwaves'는 몽롱하지만 따뜻한 사운드로 캐피톨 케이가 표현하고 싶었다는 안식처의 느낌을 주며, 'Capitol Beat Sticky'는 반복되는 멜로디를 다양한 샘플로 장식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댄서블한 일렉트로니카 넘버이다. 제목부터 이국적인 'Darasulam'은 밀림의 분위기를 들려주는 사운드가 특이한데, 'Darasulam'은 보르네오섬이 자리하고 있는 동남아시아의 토착어인 말레이어로 '평화의 안식처'라는 뜻이라고 한다. 보르네오의 열대 우림에서 녹음한 샘플들로 야생의 삶을 들려주고 있으며 나아가 캐피톨 케이는 그것이 파라다이스라고 말하고 있다. 싸이키델리아에 대한 오마주라는 'God Ohm'은 의도대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God Ohm God Ohm the sound flickers'라는 문장을 스피디하게 반복하는 엔딩을 듣고 있으면 캐피톨 케이의 주문에 빠져드는 느낌. 드럼과 퍼커션이 기반을 이루는 'Breakers'는 환상적인 신디사이저 연주와 팝 멜로디를 선사하는 기타 연주로 두터운 사운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루나이 해변의 느낌을 담은 곡이라고 한다. 다양한 퍼커션 샘플로 흥겨운 느낌을 주는 'Heat'는 캐피톨 케이의 가녀린 보컬을 들을 수 있는 곡이고, 이슬람의 한 도시에서 살았던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Monster'는 누구라도 쉽게 알 수 있듯 이슬람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곡이다. 이슬람의 민속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노래와 서구 록 음악의 드럼과 기타 연주가 공존하는 곡이다. 그리고 앰비언트 트랙 'Duffle Coat'를 마지막으로 캐피톨 케이의 두 번째 음반 [Island Row]는 끝을 맺는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음악팬들이라면, 런던의 도시와 보르네오의 교외를 넘나들고, 샘플러와 녹음기를 동시에 이용하며 정치와 사랑을 함께 이야기하는 캐피톨 케이의 두 번째 음반으로 신선한 자극을 받길 바란다. 글 / 이소연 (KBS 2FM 작가, 앨범내지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