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Solutions
02. Headful Of Ghosts
03. The People That We Love
04. Superman
05. Fugitive
06. Hurricane
07. Inflatable
08. Reasons
09. Land Of The Living
10. My Engine Is With You
11. Out Of This World
12. Float



BUSH / GOLDEN STATE Bush의 새 앨범이 발매되었다. 세어보니 4번째 앨범이다. 리믹스 앨범을 포함하면 5장의 앨범을 발표하였으니, 이 정도면 ‘중견 밴드’라 불러도 되겠다. 1994년 데뷔 당시에는 Nirvana의 아류밴드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던 Bush는 해가 지날수록 자신들만의 확고한 음악적 스타일을 정립해나갔으며, 이번 앨범을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증명하고 있다. 기타/보컬의 Garvin Rossdale에 의해 92년 결성된 4인조 밴드 Bush는 영국출신이라는 사실을 전혀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국적이다. 실제로 이들은 영국보다는 미국에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으며, 레이블 계약도 미국에서 먼저 성사되었다. 이들의 데뷔 앨범 [Sixteen Stone]은 Kurt Cobain을 연상시키는 보컬 톤과 일종의 공식이 되어버린 그런지 스타일(디스토션이 걸린 기타, 목에서 짜내는 보컬, 헤드뱅잉을 강요하는 역동적인 그루브)을 충실히 따르며, 당시 음악팬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Everything Zen의 뮤직비디오는 MTV를 지배하다시피 하였고, Little Things가 차트 4위를 차지한데 이어, Comedown과 Glycerine은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Machinehead의 뮤직비디오 역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엄청난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Bush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무척이나 좋지 않았다. ‘음악적 정체성 부족 – Nirvana의 아류’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제조된 밴드’라는 오명을 쓴 것이다. 심지어는 Bush의 팬들조차도 이러한 사실을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996년 겨울에 발매된 2집 앨범 [Razorblade Suitcase]를 통해 Bush는 위와 같은 평가에 대해 반격을 가한다. 새로운 프로듀서로 Steve Albini를 영입한 것이다. Pixies, Nirvana, PJ Harvey 등의 앨범들을 프로듀싱했던 Albini가 참여한 [Razorblade Suitcase]는 비록 하나의 히트곡(Swallowed)만을 내는데 그쳤으나, 그 누구도 Bush의 음악성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함부로 의문을 제기하지 못했다. 상업적으로도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1997년에 Tricky와 Goldie 등이 참여한 리믹스 앨범 [Deconstructed]를 발표한 Bush는 예의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휩싸이게 되고, 1999년의 [The Science Of Things]는 그러한 고민들을 여과 없이 반영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 Bush는 Steve Albini와 결별하고 1집 때의 프로듀서 Clive Langer와 Alan Winstanley 콤비와 다시 손을 잡았으나, 사실상은 밴드와 엔지니어였던 Tom Elmhirst가 모든 프로듀싱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글 커트되었던 Warm Machine을 비롯한 모든 곡들에서 상업성을 배제한 정직한 락을 들려주었던 [The Science Of Things]는 팬들에게 적지않은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Bush 음악의 강점이었던 멜로딕한 후렴구나 리프가 없었기 때문에,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Bush 자신들도 어느 정도 반성을 한 듯 하다. 2년만에 발표한 [The Golden State]에서는 위에 언급했던 Bush의 강점이 다시 살아났기 때문이다. 데뷔앨범 [Sixteen Stone]에서 얻은 ‘상업적 성공’과 ‘형편없는 평가’라는 양 극단 사이에서 방황하던 Bush가 드디어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음악적 해답을 얻은 결과가 바로 [The Golden State]이다. 전통적인 락에 보다 근접해가면서도, 그 어느 앨범보다 상업적인 음악이 바로 Bush가 찾아낸 해답인 듯 싶다. Marilyn Manson의 앨범들을 프로듀싱했던 Dave Sardy는 이번 앨범에서 쉽게 다가오는 멜로디 라인의 보컬과 동시에 거친 기타 사운드, 다이내믹한 리듬 섹션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다. The People That We Love, Fugitive, Reasons 등의 헤비한 음악들과 Inflatable, Out Of This World 등의 약간은 부드러운 느낌의 트랙들이 적절히 안배되어 있으며, 간간히 느껴지는 테크노/인더스트리얼 방식의 손길은 이 앨범의 매력을 더하고 있다. P.S. [Golden State]의 원래 커버 디자인에는 비행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러나 미국 테러사건의 영향으로 디자인을 변경하여 그냥 텍스트만 넣은 심플한 커버가 되었다. 보너스로 오리지널 커버 이미지를 첨부한다.